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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맥줏집 달력 호프집 달력 이발소 그림

by 볕날선생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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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확한 이름은 아니지만 세간에선 보통 맥줏집 달력, 호프집 달력으로 통하는 물건. 달력으로서의 순기능은 충실하게 해내기 때문에 특별히 편리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쭈쭈빵빵하고 헐벗은 금발 모델들의 브로마이드가 실려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달력으로서의 기능과 눈요기감을 동시에 추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쪽이 핵심(!)이 되기도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주류직원들이 슈퍼나 마트에 달력을 주기도 하는데 바로 그 달력이다. 다만 아무 맥줏집에나 달려 있진 않고, 번화가보다는 변두리나 동네 술집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러시아 여자들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여름철인 7~8월은 물론이고 엄동설한인 12~2월에도 비키니 같은 수영복을 입은 금발 섹시모델들이 해변이나 계곡에서 포즈를 잡고 있기도.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라 구글에 Calendar girl라고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외국 모델들은 주로 하이트진로 달력에 출연하고, 오비맥주 달력에는 국내 레이싱 모델들이 출연하는 편이다. 그리고 저기 실리는 외국 모델들은 다들 얼굴과 몸매가 뛰어난데 애당초 이름을 알 길도 없고 알아내도 인터넷 검색에서 안 나온다. 모델뿐만 아니라 달력 자체도 왠지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는 힘든 물건. 잡화를 파는 노점상에서 간간히 볼 수 있다. 한때 소주업체도 이것을 따라하고 있는 듯 했다. 맥주와 달리 이쪽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계 비키니 모델들이 주가 되는데 역시 미모와 몸매가 빼어나지만 다들 마이너인지 이름도 알기 어렵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의 여파로 주류회사에서도 더 이상 헐벗은 달력은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제철음식이나 풍경사진으로 대체한다고.

 

사실 구하려고 하면 못 구할 것도 없는데, 평소 자주 애용하는 단골 술집, 구멍가게 등이 있다면 주인 아저씨에게 연말에서 연초 사이에 슬쩍 술집 달력이라면서 하나를 부탁해보자. 평소에 부지런히 매출을 올려줬다면 의외로 쉽게 득템이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이 달력은 주류업체에서 홍보차원에서 무료로 뿌려대기 때문에 비축량도 어마어마하고 처리할 곳도 없어서 아마 달라고 하면 거의 3-4부는 넘겨줄지도. 만약 지인이 없다면 연말 즈음에 근처 하이트맥주 지점을 찾아서 전화를 해보자. 대부분 판촉용으로 지점들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1~2개 정도는 방문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에는 홈페이지 Q&A에 대놓고 캘린더 란이 있다.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으면 가까운 지점으로 연결해주고, 우송까지 해준다! 무료로! 반면 오비맥주는 달력 구하겠다고 회사에 전화 걸으면 업소 아니면 안 준다고 시큰둥해하는 편.

 

'이발소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러운 그림' 이라는 의미로 진짜 이발소에나 걸려있던 대량생산된 그림을 말하거나, 혹은 어떤 그림을 수준이 낮다고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또는 화장실 그림이라고도 한다. 다만 전자의 의미로는 90년대까지는 흔했지만 요새는 좀 시설이 낙후되거나 시골 이발소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들다. 그림 하나 걸어놓지 않는 이발소가 더 많으며 이젠 미용실에 밀려 이발소 자체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찾기 어려워진 그림들. 지금은 미용실 뿐만 아니라 어떤 업종이던 번화가에서 가게를 낸다면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내장을 맡기고 이 사람들은 감각 좋은 디자이너들이기도 하기에 업주님들이 이상한 고집을 부린 경우가 아니라면 산업 디자인이나 현대 미술의 트렌드에서 영 동떨어진 결과물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를 짚어보면 꽤나 심오한데, 보는 시각에 따라 개화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개화기에 시골 장터에 걸리던 세계의 명화 복제품을 이발소 그림의 시조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역사는 남북전쟁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누구라도 알만한 세계의 명화나 전통 민화를 복제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혹은 무명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걸렸다. 아무래도 제작 스킬이 낮다보니 그림 자체의 퀄리티는 별로 뛰어난 편이 아니다. 제작 스킬도 그렇지만 애초에 이 그림들은 전부 물감이 아니라 페인트로 그리는 데다가 공장 돌리듯이 대량생산된다. 분업화가 되어 있고 작업량을 딱딱 정해서 어떤 라인은 밑그림, 어떤 라인은 채색, 어떤 라인은 명암넣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삼각지역에서 전쟁기념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직도 이발소 그림을 생산하는 화랑들이 죽 늘어서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런 그림들을 통틀어 키치라고 명명된다. 팝아트의 근간. 또한 빠르고 쉽게 그려지는, 소위 <예술성이 없다는 그림>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쓰이는 단어인데, 대표적으로는 밥 로스의 그림이 일부 사람들에게 이발소 그림이라고 공격당하기도 했다. 물론 진짜 그런지는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렇듯 일반적으로는 비하나 까는 의미로 쓰이는 안 좋은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대중미술' 이나 '일상예술' 같은 식으로 의미를 부여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유사한 맥락이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이발소 달력'은 (주로 서구)여성의 비키니나 수영복 사진들이 크게 박힌 (주로 맥주회사) 달력을 의미. 이쪽은 맥주집 달력 참고. 이발소 그림의 대중성을 극대화해서 선정성의 영역까지 확대된 뉘앙스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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