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오후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최씨는 딸 정유라씨(22)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도 이미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날 선고된 것과 더하면 징역 23년이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은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기징역 최대치에 가깝다는 평가다. 최씨의 형량은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권고되는 '보통 동기 살인'의 형량(징역 10~16년)보다도 높다.
이날 선고된 징역 20년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최씨에게 구형한 징역 2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재판부는 사실상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삼성전자 등 15개 전경련 회원사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공소사실만 총 18개에 달한다.
이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혐의는 뇌물죄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에게 지원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36억3484만원)과 경주용 말 구입비·보험료(36억5943만원) 등 총 72억9427만원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용역대금과 마필 지원을 받을 때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대가관계가 있다고 충분히 인식했다"며 "최씨와 박상진 전 사장 사이에는 살시도는 물론 향후 구입하는 말을 최씨의 소유로 한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민원을 전달하고,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최씨의 요구사항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50), 신 회장 등 총수들을 직접 독대하거나 안 전 수석을 앞세워 기업들을 압박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 아래 재판부는 최씨 혐의 중 핵심이었던 삼성그룹 뇌물 사건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정유라씨(22) 승마훈련 지원 계약금 213억원 등 총 433억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중 삼성전자-코어스포츠 승마지원 컨설팅 계약금과 마필 구매대금 등 70억여원을 뇌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미르·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 후원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최씨는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 등 명목으로 신 회장을 압박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뇌물로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최씨는 SK그룹을 압박해 89억원을 추가로 받아내려 했으나 SK그룹은 이를 거절했다. 검찰은 각각에 대해 제3자뇌물 혐의와 제3자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했는데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끌어모은 것도 주요 혐의 중 하나였다. 검찰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짜고 재단 설립을 기획한 뒤 안 전 수석을 시켜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강제로 짜낸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 판결을 내렸다. 최씨가 미르재단의 보통재산 비율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재단을 사실상 사유화하려 한 게 맞다고 봤다.
또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해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을 승진시키고 이동수씨, 신혜성씨 등 측근들을 KT에 취업시킨 혐의도 받았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가 독일에서 금융업무를 보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다. 이씨와 신씨는 KT를 압박해 광고일감을 몰아받기 위한 '창구'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도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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