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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오늘은 글을 쓰지 않고자 했으나 자판을 누른다

by 볕날선생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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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보지 않는 채널A라는 종편(종합편성)채널에서 국도극장이라는 영화를 한다고 해서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어찌보면 글이 밀렸다. 안쓸라다 쓴거니께 

 

자정에 2021년 1월 1일 00시 나와 함께 한 건 낯선 가족들과의 만남이었다.

아래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23시 57~58분경 올라와서 베란다에 물이 샌다고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탄산수 한잔과 더불어 치킨한마리를 딱 뜯을라 치는 순간이었는데, 왠걸? 일단 식구와 멍멍이는 안방으로 보내고(편한 잠옷차림이니)

우리집 베란다를 보여주었다. 수도시설도 없고 물새는 것도(누수)도 없고, 보일러 관 깔린것도 없고 문제 없다고 하는데 계속 말씀하셨다.

"아니 근데 왜 자꾸 물이 새지"

 

아랫층에 베란다에 물이 샌다고 보러 오라고 해서 들어간 시각이 아마도 23시 59분 카운트다운 할라치는 순간이었다.

얼굴이 벌개친채로 마스크를 쓰고 가보니 물이 샌 흔적이 있었다며, 바닥에 물을 닦은 수건인지 걸레인지를 보여주셨다. 

"저희집은 수도도 안쓰고 제 생각에는 결로현상이 아닌가 싶다 관리사무실 전화해보시라"고 하고 올라왔다.

 

새해 첫날 첫순간을 놓친 기분과, 식어버린 치킨 더불어 소중하고 애틋한 시간와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전야의 정적을 망가뜨린 아랫층 아주머니의 방문에, 한두시간 식구와 어색한 말과 더불어 무례한 상황이 떠올라 신경도 날카로웠다.

새벽엔 서너시가 되기 직전에 넷플릭스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를 보다가 잤다.

 

눈이 참말로 많이 내렸다.

오랜만에 눈내린 모습을 보니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그리웠다.

술마시며 피우던 담배의 맛이 떠올랐다.

미끌미끌해질 길을 뒤로하고 집에 올라와 따뜻한 물로 씻었다. 

 

조용한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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